브랜드 정체성, 행사 세계관, 판매 극대화를 모두 잡은 MD의 기획 전략
포트 빌리지 부산 김백준 F&B MD의 MD 전략 노트
실제 항구마을 구성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포트 빌리지 부산’은 ‘항구 마을’ 컨셉의 복합 문화 공간이었고, 저는 이 컨셉을 F&B 브랜드 셀렉 시, 가장 중점이 되는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F&B 셀렉 과정에 있어, "맛있냐, 유명하냐"가 아닌, "이 브랜드가 항구마을 세계관 내, 구성원으로 녹아들 수 있는가?"였습니다.
브랜드가 이미 항구마을 세계관에 어울리는 톤앤매너와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다면 좋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행사 컨셉에 맞춰 유연하게 리디자인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선정 기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고객 경험을 위한 최우선 기준 ‘운영 가능성’
브랜드를 셀렉함에 있어, 행사 컨셉과의 적합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본 건 ‘현장에서 실제로 원활한 운영이 가능한가’였습니다.
“컨셉과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 할지라도, 현장 오퍼레이션이 무너지면 고객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셀렉 시 가장 중요하게 본 운영 기준을 ‘시간당 최소 30서빙 이상 가능한 품목’으로 설정했습니다.
단, 시설이나 동선 제약으로 인해 목표 생산량 달성이 어려운 브랜드의 경우, 직접 컨설팅을 통해 조정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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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버거클럽’은 번과 채소 보관 및 조립 공정의 복잡성 때문에 내쉬빌 핫치킨 단품 중심으로 제안드렸고, 그 결과로 ‘핫치킨 워킹타코’라는 새로운 메뉴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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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포’는 쌀국수를 메인으로 하는 브랜드였지만, 현장에서 대량 조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대량 생산에 용이한 반미 샌드위치를 제안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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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너무 다양한 품목을 진행 하시려는 대표님들께는 대표성을 갖는 단일 품목으로의 진행을 제안드렸습니다.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 정답보다 공감
“입점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는 지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요.”
브랜드 대표님들은 본인의 브랜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직접 주방에서 실무를 뛰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께 “이건 이렇게 바꾸셔야 돼요”라는 식의 지시만 하게 된다면,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개인적으로 두 곳의 로드샵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고, 지금도 여러 대표님들과 같은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지 행사 주최사의 ‘운영자’가 아닌, 같은 자영업&소상공인으로써 당면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며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노력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지금 준비해주신 공정도 너무 좋은데, 시간당 20개 정도밖에 못 나올 것 같아요.
그런데 워킹타코처럼 제작-제공이 바로 가능한 메뉴면 시간당 60개도 가능할 것 같아요.
전체 운영 시간 고려 시, 하루 400~500개 이상 팔면 대박일 것 같은데, 이 방향은 어떠세요?”
위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한 결과, 브랜드 대표님들도 판단 기준이 명확해지고, ‘지시’가 아닌, 최선의 결과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 나가는 신뢰감 높은 관계로 발전해 나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행사장과 매장의 다른 판매 문법
행사장에서의 판매는 매장에서의 판매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장의 경우, 고객은 이미 해당 브랜드를 인지하고, 해당 브랜드 메뉴에 관심을 갖고 방문합니다.
반면, 행사장에 오는 고객은 ‘브랜드’가 아닌, ‘행사 전체 경험’을 기대하고 현장을 찾습니다.
즉, 브랜드의 존재를 모른 채 지나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수많은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구조이죠.
“그래서 행사장에서는 눈길을 끌 수 있는 ‘어그로성 비주얼 전략’이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보다 먼저 비주얼로 시선을 붙잡아야 이후의 구매 행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안드린 구체적인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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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한 플레이팅은 지양: 접시 위에 음식이 납작하게 깔리면 시선에서 묻힙니다.
→ 엘리베이션이 느껴지도록 쌓아 올린 플레이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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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전략적 활용: 실물 메뉴를 풍성하게 채워 넣어, “지금 바로 사서 먹고 싶다”는 감정을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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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쇼 등 쇼쿠킹 요소 제안: 조리 과정 자체를 퍼포먼스로 전환시켜, 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완성도 있는 제품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행사장에서 그것들이 빛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고객 진입 경로를 설계하는 사고 전환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공간에 따라 바뀌는 판매 문법’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오프라인 현장에서의 브랜드 경험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무엇보다 보람 있었던 건, 업력이 길지 않아 오퍼레이션 설계에 어려움을 느끼시던 대표님들을 도와드릴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별 동선을 짜고, 필요한 장비를 함께 리스트업하고, 키친 레이아웃을 설계해드렸는데,
행사 당일, 당시 세팅한 설계대로 무리 없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며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성과에 대한 불안감으로 참여 자체를 망설이던 대표님들이 행사 종료 후 기대 이상의 매출 성과를 달성하여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신 순간입니다.”
성과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대표님들을 직접 찾아가, 행사 방향과 포지션을 설명드리고, 어떤 메뉴와 어떤 셋업으로 참여하면 잘 될지 컨설팅 드리곤 했었는데, 이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냄에 있어 한 부분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 뿌듯했던 것 같아요.
마무리하며
김백준 디렉터는 단순 F&B 소싱을 넘어,
F&B 브랜드를 항구마을 세계관에 이식하는 연출이자, 현장 F&B 운영까지 함께 책임지는 디렉터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풍성해진 경험과 깊어진 통찰력을 바탕으로 소싱해 나갈
마켓창고의 넥스트 빌리지 ‘크리스마스 빌리지’가 더욱 기대됩니다.
포트빌리지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빌리지’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ee 김백준
editor 조현찬
designer 이지애, 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