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운영 사이, 현실을 설계하다
포트 빌리지 부산 이정석 운영 디렉터의 운영 전략 노트
현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설계하다
무더운 여름, 항구 마을을 테마로 한 이 대형 복합 문화 행사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마켓창고’라는 브랜드가 시장 안에서 정체성과 방향성을 잡아가던 시점,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운영 총괄을 맡아 전체 행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기획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형태로 정리되고, 실제 공간과 관람 흐름 속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 과정 하나하나를 현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설계하는 사람, 그게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가 맡은 일이었습니다.”
운영 없는 기획은 없고, 기획 없는 운영도 없다
제가 맡은 역할을 짧게 말하면, 팀 내 살림살이를 총괄하고 현장 세팅 및 운영을 책임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숫자, 예산, 현장 설비, 안전, 인력, 그리고 몰입감이라는 추상적인 경험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구조가 있었습니다.
행사장 면적과 공간을 고려해 목표 방문객 수와 매출을 역산한 가설을 수립했고, 그에 따라 전체 예산과 파트별 자원 분배를 기획했습니다. 동시에 공간 동선과 테이블 간격, 부스 크기 하나까지 고객 경험과 수익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계산이 필요했죠.
“예산이나 인프라 설비도 중요했지만, 결국 핵심은 ‘실현 가능한 몰입감’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느냐’였던것 같아요. ”
”기획팀에서 상상하는 그림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그 과정 전반에 ‘수많은 가정과 숫자’가 필요하더라고요.”
모든 아이디어는 비슷한 점수, 차이는 실행의 정교함에서 생긴다
행사 기획안을 보면 70~90점짜리 기획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그 중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기획안이 무엇인지, 어떤 기대값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위험 발생 시 대응이 가능한가를 따져봐야 진짜 90점짜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포트빌리지에서는 단순히 부스의 개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거리 길이’, ‘동선 흐름’, ‘식음 좌석 수’ 등을 모두 시뮬레이션하며 경험 밀도와 수익 목표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혼잡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했습니다. 특히 3일차 오픈 전부터 입장 대기 인원이 폭증하면서 혼잡도가 올라갔고, 오전 내내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면서 4일차부터는 동선 관리, 인력 재배치 등 긴급 조치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했습니다.
각 파트의 속도, 자원, 현실성을 조율하다
디렉터와 파트 담당자들은 각자 최상의 콘텐츠와 결과물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것이 구현되려면 타 파트의 리소스와 현장 제약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저는 기획 초기부터,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각 파트에 필요한 리소스를 수치화하여 공유하는 것에 집중 했었던 것 같아요.”
또한 각 파트의 작업 속도에 맞춰 일정과 현장 설치 흐름을 조율하는 ‘조율자’로서의 역할에도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전기, 가스, 음향, 결제, 부스 구조 등 수많은 물리적 조건들이 계획대로 구축될 수 있었고, 몰입감 있는 항구마을 세계관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공간’으로 구현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가고 싶은 행사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
결국 저의 모든 판단 기준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내가 관람객이라면, 과연 이 행사에 가고 싶을까?”
누군가는 시각적 몰입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브랜드 세계관의 서사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운영 책임자로서 저는 디자인, 콘텐츠, 안전, 경험, 흐름, 수익을 모두 하나로 엮어 판단해야 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요소에 타협을 하더라도 ‘타협하지 않을 핵심 가치’를 먼저 정해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그건 “내가 경험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자”는 기준이었고, 이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고객도, 파트너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무리하며
이정석 디렉터에게 있어 포트 빌리지 부산은 단순한 행사 운영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실현 가능하게 설계하는 역할이 되어준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숫자와 몰입감 사이, 안전과 콘텐츠 사이, 기획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그려야 할 지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실행하기를 반복하며, 현장을 찾아 주신 10만 방문객 분들께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의 경험을 선사해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포트 빌리지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빌리지’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ee 이정석
editor 조현찬
designer 이지애, 강지연